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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리뷰 (관계, 세대, 진심)

by jan9o 2025. 9. 20.

2021년 개봉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기존의 멜로 영화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관계, 세대, 진심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삶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성유빈 등 다채로운 캐릭터가 엮이며 만들어내는 서사는 예상 밖의 재미와 여운을 남깁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 속 인물들이 마주하는 관계의 불균형, 세대 간 충돌, 감정의 진심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비틀린 관계 속에서 마주한 현실

장르만 로맨스는 전통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관계의 균열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주인공 김현(류승룡)은 작가이자 전직 교수로서 번듯한 외형을 가졌지만, 내면은 혼란과 공허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를 둘러싼 인물들—전처, 친구, 아들, 제자—모두가 각각의 감정적 결핍을 안고 관계를 맺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들은 온전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숨기고, 누군가는 외면하며, 누군가는 질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처럼 얽히고설킨 비틀린 관계 안에서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탐색합니다.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감정은 사실 외로움의 대체물이고, 믿음이라 생각했던 신뢰는 경쟁심의 다른 얼굴입니다. 감독은 이 관계들을 통해 ‘로맨스’라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인간 본연의 관계성에 대해 묻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관계란, 유지하는 것이 아닌 마주하고 정리해야 하는 감정의 충돌입니다.

세대의 간극, 감정의 벽을 만들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세대 대립이 아닌, 세대 간 ‘감정 소통의 방식’ 차이를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김현과 그의 아들, 김현과 제자 유진의 관계는 모두 세대 차이를 기반으로 한 갈등을 보여줍니다. 아버지 세대는 감정을 감추고, 말하지 않고, 체면과 사회적 역할에 얽매여 살아가죠. 반면 아들 세대는 감정을 표현하려 하지만, 그 방식이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충돌은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온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차이를 과장하거나 희화화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김현과 아들의 관계는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 실망했지만 이해하려 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묘한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이처럼 장르만 로맨스는 세대를 잇는 영화가 아니라, 세대 간 벽이 어떻게 감정의 장벽으로 굳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진심은 결국 숨길 수 없다

장르만 로맨스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의 축은 바로 ‘진심’입니다. 이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감정을 숨기거나 왜곡합니다. 김현은 진심을 드러내지 못한 채 타인을 조종하려 하고, 제자는 존경보다 경쟁을 먼저 내세웁니다. 전처는 후회를 말하지 못하고, 아들은 감정을 표현하려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친구 순모는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에게조차 본심을 말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진심은 결국 드러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감정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과 행동에 묻어나고, 억누르려 할수록 더 강하게 드러납니다. 영화는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축적되어 결국 관계를 변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로맨스’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을 마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장르만 로맨스는 겉으론 유쾌하지만, 결국 관객에게 내면의 감정을 정직하게 마주보는 용기를 묻는 작품입니다.

장르만 로맨스는 관계의 균열, 세대의 간극, 감정의 진심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로맨스의 본질을 해체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사랑이나 웃음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진심 없이 맺어진 관계는 결국 파열음을 내고, 감정을 말하지 않으면 오해는 커져만 갑니다. 이 영화를 통해 당신은 누군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얼마나 진심을 나누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관계는 건강한가요? 감정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 영화를 꼭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장르만로맨스 포스터
장르만 로맨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