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들>은 2023년 개봉한 한국 스릴러 영화로, 인간의 극단적인 심리와 폭력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연쇄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외피를 넘어, 악의 본질과 그 확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이 리뷰에서는 ‘악마’, ‘두 얼굴’, ‘지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악마는 인간의 또 다른 이름
영화 <악마들>의 중심에는 '악마'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악마는 뿔 달린 괴물이 아닌, 우리 주변 혹은 내면에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주인공 진구와 살인범 지용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정의와 범죄, 경찰과 범인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두 인물의 경계는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지용은 진구에게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다”고 속삭이며, 그를 정신적으로 압박합니다.
진구는 경찰로서의 정의감을 갖고 지용을 추격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스스로도 폭력성과 복수심에 물들어갑니다. 악마는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쫓는 자의 마음속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영화는 서서히 드러냅니다. 지용은 단순한 살인자가 아니라, 진구의 내면에 있는 ‘악마’를 끌어내기 위한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영화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악마는 언제든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조건이 주어졌을 때, 우리가 악마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것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복수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선택하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악마들>은 이처럼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정말 악마와 다를까?”
두 얼굴 사이의 균열
영화의 또 다른 중심 키워드는 바로 ‘두 얼굴’입니다. 이중성과 위선,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는 강력한 상징입니다. 진구는 겉으로는 정의로운 전직 경찰이지만,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와 분노로 인해 점차 본성을 잃어갑니다. 반면 지용은 겉으로는 침착하고 논리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사회를 향한 증오와 파괴 충동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처럼 두 얼굴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하면서 영화는 도덕적 혼란과 심리적 압박을 고조시킵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이중성이 단지 영화 속 인물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수많은 ‘두 얼굴’을 마주합니다. 예의 바른 직장 동료가 집에서는 폭력적일 수 있고, 겉으로는 모범 시민인 이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진구와 지용의 대립 구도를 통해, 선과 악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과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상대적인 개념임을 강조합니다. 진구가 점점 지용과 비슷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장면은, ‘두 얼굴’이 교차하는 가장 강렬한 순간입니다. 결국 <악마들>은 말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안에 ‘두 얼굴’을 갖고 있고, 선택에 따라 그 얼굴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지옥은 결국 우리 안에 있다
‘지옥’은 <악마들>의 가장 강력한 상징적 배경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옥은 종교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심리적, 사회적, 윤리적 지옥입니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지옥에 갇혀 있습니다. 진구는 과거의 죄책감과 복수심이라는 지옥에, 지용은 사회적 외면과 증오라는 지옥에,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는 방관이라는 지옥에 놓여 있습니다.
<악마들>은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심리적 폭력이 얼마나 사람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용이 악마가 된 것은 단지 그의 타고난 성향 때문이 아니라, 방치된 어린 시절, 반복된 사회적 배제,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형성된 것입니다. 지옥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구조이며,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영화는 시사합니다.
영화는 결말에 이르러도 뚜렷한 구원이나 희망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지옥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죠. 그리고 관객은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내 안의 지옥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누군가를 지옥에 밀어넣은 적은 없었는가?”
이처럼 <악마들>은 공포스러운 살인극이 아니라, 사회적·정신적 지옥에 관한 문제작입니다. 그것은 멀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지금 이곳이며, 우리 안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각인시킵니다.
<악마들>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닙니다. 인간 내면의 악마성과 이중성, 그리고 사회가 만들어낸 지옥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철학적 스릴러입니다. ‘악마’, ‘두 얼굴’, ‘지옥’이라는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단지 범인을 잡는 이야기 그 이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결코 편하게 볼 수는 없지만, 반드시 곱씹어야 할 영화입니다.